먼저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창원에 살고 있는 성갑식입니다.
당시 주파리 2중대에 근무하면서 대대적인 진지공사를 하던 도중 3중대장님의 비보를 접하고선
-참으로 군인정신에 투철하셨던 분께서 그 모습 그대로의 최후를 다하셨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다 주파리 대대장실에서 참모회의를 하고 돌아오실 때면 2중대 연병장을 거쳐 3중대로 올라가시곤 했는데 우리가 태권도 교육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시고선 -주먹의 강도가 그렇게 약해서야 무엇에 쓰겠느냐-면서 직접 시범을 보이신 그 분의 내지르는 주먹과 함성은 정말 산천이 떠나갈 듯하였습니다.
그 분이 떠나가시고 난 어느날 문선대공연이 펼쳐지던 날,
조국의 제단 앞에 거룩하게 산화하신 중대장님을 위한 묵념으로 모두가 고개 숙였을 때, 그때 불어주던 진혼의 트럼펫소리가 어쩌면 그리도 사람의 마음을 숙연하게 하던지.
우리 대한민국이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것은 가진 자나 위정자의 거대한 목소리가 아니라
이름 모를 곳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신 거룩한 희생으로 말미암음이 아니겠습니까.
시간이 흘러 정회장님과 당시 중대원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늦게나마 숭고한 殺身成仁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실로 事必歸正이 아니겠습니까.
89년과 91년 두 차례에 걸쳐 김용하 후배와 함께 적막이 흐르는 칠성성벽을 지나 꿈속에서도 늘 그리던 508 OP를 멀리서 바라보며 행사에 참석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눈망울이 한없이 어질기만 하시던 이종현 선배께서는 작은 양주 한 병을 들고 와서는 일일이
반가움을 나누곤 하셨는데 이미 고인이 되어버리셨다니 삼가 명복을 빌고 싶습니다.
그리고 전순석 선배님의 글을 여기서 접할 수 있다니 아쉬운 중에 반가운 일이기도 합니다.
사각편제가 되면서 2,3중대에서 떨어져 나와 6중대에서 만난 그리운 얼굴들입니다.
젊은 날의 피와 땀과 눈물들을 백암산 그 어느 기슭에 뿌려놓고 돌아온 지 어언 30년 세월이 덧없이
흘러버렸어도 그리움은 잔잔한 물결처럼 언제나 가슴 한 켠에서 흘러내립니다.
오늘은 여기서 인사로 대신합니다. 뜨거운 마음 실어 -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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