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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일 아침9시, 구의동 방지거병원 앞에서 버스 두 대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중년을 넘어선 남녀와 학생들, 젊은 아가씨들, 청장년들이 섞여 있어 도저히 그 성격을 알기 어려운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전방위문, 백암산 패밀리”라는 표지를 붙이고….
강촌에서부터는 헌병의 캄보이를 받으며 전방으로 달리다가 중간에서 강릉고 동문들, 철원에서 고교 선생을 하는 옛 소대장 등과 합류하고, 위문품으로 막걸리 수십 통을 싣고, 차는 버스 외에 승용과 승합차가 5대 이상으로 늘었다.
차는 짙게 녹음이 우거진 산들로 둘러싸인 의암호, 춘천호를 지나 화천, 그리고 작은 시내를 따라 전방으로 향했다.
12시가 넘어서야 7사단 5연대 1대대에 도착하여 대대장을 비롯한 장병들의 도열 환영을 받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식당으로 바로 이동하여 자유배식의 병식을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한 후 다시 이동.
40여분 후에 도착한 곳에는 작은 체구의 대위 계급장을 단 고 정경화 소령의 동상이 있는 경화공원. 행정구역으로는 화천군 상서면 마현리. 군악대와 군인들이 먼저 와서 추모식을 준비하고 사단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단장 한홍전 소장이 도착한 2시에 고 정경화 소령 추모식이 거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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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정경화 소령 동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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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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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동상으로 서 있는 고 정경화 소령은 육사27기로 임관하여 대위 때 후방 중대장에 보직을 받고도 거절하고 자원하여 전방으로 들어와 1976년 백암산 기슭에 있는 보병 제7사단 5연대 3중대장으로 부임하여, 자신의 생도시절 중대명칭이었던 “맹호중대”라고 이름 붙였다. 평소 강직한 성품으로 훈련에서는 성난 호랑이 같았고, 내무반에서는 자상한 형님 같아서 중대원들의 의지와 존경을 받았으며, 중대원들과 일심동체가 되었다. 그러던 중 3중대는 철책 경계근무를 맡게 되었고, 1977년 6월 21일 ‘북한군 땅굴작업의 기미를 포착했다’는 상급부대의 명령에 따라 중대원 22명과 함께 경계지역 비무장 지대의 수색 정찰 및 지뢰제거 작전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지뢰를 발견하면 중대원들을 대피시키고 난 후에 중대장이 단신으로 제거하기를 반복하다가 스물 세발 째 지뢰를 제거하던 도중 안전핀이 부러져(6.25 당시 매설되어 부식된 것으로 추정) 급히 중대원을 향해 “피하라!”는 한마디 말을 남긴 채 자신의 몸으로 지뢰를 덮쳐 부하들의 희생을 막았다. 심하게 부상당한 중대장은 후송도중에 순직하였고, 그 위패는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27동 2733호)에 안장되었으며, 그 부하들의 노력으로 1988년에 동상이 세워졌고, 1992년 9월 5일 소령으로 추서 진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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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암산패밀리의 분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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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학 |
당시의 3중대 병사들은 제대를 한 후에 “맹호회”를 결성하여 매년 6월 6일 국립묘지에 참배하고, 모금하여 1988년에 산화한 인근인 현 지점에 동상을 건립했으며, ‘사고사’로 잘못 기록된 군의 기록을 바루기 위해 수년간을 투쟁하여 1992년에 소령으로 추서진급을 시켜드렸다. 동상건립 후부터 매년 추모식을 마치고 중대를 위문하였는데, 중대 명칭도 바뀌고 새롭게 전역하는 젊은 병사들도 참여를 하게 됨에 따라 모임의 이름을 “백암산패밀리”로 고쳐서 육사27기 동기생 및 강릉고등학교 동기, 가족들과 함께 추모행사를 하고 있다.
“우리들의 젊은 영웅”(백암출판사)이라는 책을 내어 진중문고로 채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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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책 옆의 순직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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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학 |
추모행사는 육사27기의 헌시, 백암산패밀리 정문식 회장(백암출판사 대표, 50세)의 추모사, 헌화 및 분향, 백암산패밀리의 맹호중대구호 제창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추모식이 끝나고 철책 옆에 세워진 순직비에 술을 올리고는 칠성전망대에 올라 북한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충정어린 마음으로 이 곳을 지키고 있는 고 정경화 소령에게 감사들 드렸다. 그리고 내려와서는 1대대로 이동, 위문단과 병사들이 어울려 막걸리와 음식을 나눠 들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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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사들의 장기자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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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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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성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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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학 |
50대 후반으로 접어든 당시의 소대장으로부터 30대 초반의 90년대 전역자들까지 연령이 다양한 이들 위문단. 본인들뿐 아니라 부인, 아들, 딸, 친구, 직원들까지 동원하여 말이 필요없는 안보교육, 보훈을 하고 있는 이들의 행동이 크게 다가오는 것은 요즘 젊은이들의 안보감각이 너무나 무디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피곤하여 잠을 자는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환해보였다.
육사27기와 강릉고등학교에서는 동상건립과 함께 내년부터는 학생들을 참석시키고, 모든 장교후보생들에게 ‘우리들의 젊은 영웅’ 책자를 읽게 할 구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들의 젊은 영웅”은 이렇게 여전히 안보에, 젊은이들의 안보의식에 굳건한 기둥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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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인과 휴가를 얻은 행운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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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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