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故人의 명복을 빕니다.
며칠 전 대한민국학도의용군회 경서호 회장님께서 지병으로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
백암산패밀리를 대표하여 정 문식이 故 경회장님 영전(靈前) 앞에 삼가 冥福을 비옵니다.

학도의용군회는 6.25 동란 시, 고등학생 신분으로 국군을 도와 낙동강 전선 방어 작전과 인천상륙작전에 혁혁한 공헌을 하신 분들 중 생존해 계신 분들이십니다. 몇 해 전 “포화 속으로”라는 영화를 상영하여 많은 이들이 관람하셨을 겁니다. 바로 그분들이십니다.
그동안 학도의용군회는 국방부소관 비영리민간단체로 우리 백암산패밀리와 교류단체로 많은 안보행사에 참여해오셨습니다.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께서는 산증인으로 후배 장병들에게 무용담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던 중 우리 백암산패밀리는 지난해 11월 3일 국립현충원 무명용사탑에서 학도의용군 추모행사에 참여하여 행사를 한 바 있습니다. 그때 경회장님을 뵈었습니다. 좀 야외긴 하셨지만 행사를 주도하며 추모사를 낭독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때 뵈옵고 정확히 10일 전 3월 31일에 경회장님의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정회장! 우리 사무실이 고양시청 앞으로 이전했어. 날 풀렸으니 우리 봐야지”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수일 내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 4월 10일 나는 내가 집필한 책 “황당하고 당황스런 인생”을 사무실에 계실 경회장님, 송승원 사무총장님, 육종덕 사무처장님께 전해 올리려고 자필로 서명을 하고는 두 번의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길을 재촉하였습니다. 고양시청 앞에서 전화를 드리니 송승원 사무총장님이 안내를 해주어 찾아가는데 사무총장님께서 길 건너 앞에 마중 나와 계신 것이었습니다. 나는 쏜살같이 다가가 인사를 여쭙고 안내를 받으며 엘리베이터에 탑승을 하여 반가운 마음에 “회장님도 다 무고하시지요?” 하고 여쭈었습니다. 그랬더니 사무총장장님 하시는 말씀이 “엊그제 죽었어.”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난 농담인줄 알고 웃으며 “얼마 전에 전화하셨는데 무슨 말씀이세요?”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원래 두 분은 학생 때부터 두텁게 죽마고우로 지낸 사이라 장난을 치며 농담을 잘 하셨습니다. 그리고 난 별 생각 없이 5층 사무실로 안내를 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사무실은 막 이사를 끝내고 정리정돈을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사무실에는 동료 분 한 분이계셨고 회장님은 보이지 않아 나는 재차 “회장님은 오늘 나오지 않으셨나봐요?” 했더니 그때 함께 있던 동료분이 “돌아가셨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난 황당하고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 온몸이 굳어지며 경직되어야 했고 그 후에서야 진의를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 돌아가시고 어제서야 장례를 마쳤다는 것입니다. 운명 전에 조용히 간소하게 장례를 치루라는 고인의 유지가 있었고 또 경황이 없어 외부인에게는 알리지 않고 학도의용군 몇 분만이 가족과 함께 장례를 치렀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기가 막히는 게 꼭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한동안 정신을 놓고 멍하니 있어야 했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소주 한 잔을 하는데도 취하지도 않습니다. 오늘따라 매서운 바람이 불며 비가 내렸습니다. 그 비바람을 맞으며 걸었는데도 도저히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그동안 경회장님과 함께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경회장님의 명복을 빌어야 했습니다. 진짜로 나의 삶이 황당하고 당황스러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