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장님이시여!

   칠석날이면,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이

   님 떠나신 날인 오늘,

   산모퉁이를 돌고 돌아 저 능선 이 골짜기를 보노라면

   이곳에서 군복을 입고 중대장님과 호연지기를 키우며

   함께하던 그 시절이 하염없이 떠올랐나이다.

   그리고 순간이나마 그 시절로 돌아온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혀

   환희의 미소를 띄우며 가슴 설레이다 현실을 깨달았을 땐

   너무도 아쉬워 가슴을 부여잡으며 눈물을 흘렸나이다.

   중대장님이시여!

   십년의 강산이 네 번이나 흘러갔는데도

   이 능선 저 골짜기는 조금도 변함없이 그대로 다 있으며,

   중대장님은 조금도 늙지 않고 여전히 폼나게 계십니다.

   오랜만에 중대장님을 바라보노라니

   지난 세월의 만고풍상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가나이다.

   중대장이시여!

   그동안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곁을 떠나

   어떻게 이 긴긴 세월을 보내고 있나이까?

   어느새 이곳에서 웃고 울고 생활했던 청춘의 시절과,

   먼저 떠나간 중대장님을 그리며 추억을 더듬고 만든 지가

   40년이란 긴 세월이 되었나이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저희도 손자를 둔

   중늙은이로 변해가고 있나이다.

   이렇듯 또 다른 새로운 시절을 맞이함에 격세지감을 느끼나이다.

   그렇지만 중대장이시여!

   그동안 삶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하루를 헤매이다,

   태어나는 거와는 달리, 순서 없이 먼저 떠나가는

   전우들을 맞이할 때면, 마음 절이며 애통하고 비통하여

   통곡을 했나이다.

   그러다가 해가 바뀌어 새해를 맞이할 때면

   새로움을 접하는 설레임보다는

   지나간 모든 것들을 보냈다는 아쉬움과 서러움에

   북받쳤나이다.

   그리고 먼저 떠나간 님들의 그리움에 한동안을

   추억 속에 맴돌다가, 얼마 전에는 먼저 하늘나라로 간

   선배전우를 향해 발길을 돌렸나이다.

   그리고 물었나이다.

   고참이시여!

   그곳에서 중대장님과 만나 잘 지내고 있느냐 물었나이다.

   중대장님이 반갑게 맞아주더냐고 물었나이다.

   그리고 그곳에도 신참으로 가면 반합과 따까리 들고

   고참님 따라다니며 왕고참님들 술안주 조달하러

   다녀야 하느냐고 물었나이다.

   그리고 보급품 잃어버렸다고 온 동네로

   쌔비러 다니는 것 아니냐고 묻고 또 물었나이다.

   또 군기 빠졌다고 밤에 뻬치커 옆으로 집합시키고,

   줄빠따 치며 잠을 안 재우는 거 아니냐고 물었나이다.

   그렇게 그 시절이 너무 그리워 대답 없는 허공에다

   미소를 띄우며 눈물 콧물 내뿜으며 엉엉 울었나이다.

   중대장이시여!

   먼 훗날, 죽어서도 우리 모두 다시 모여

   그때와 같이 생활하고 싶나이다.

   그때까지 이 땅에, 혈연보다도 더 진한 게

   전우애란 신화를 남기겠나이다.

   죽어서도 전우애는,

   의리로 나라를 지킨다는 신화를 남기겠나이다.

   정경화 중대장이시여!

   이 땅에서 영원무궁하도록 빛나소서!

   2017년 7월 8일에 백암산 가족을 대표하여

   정문식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