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장님!

임 보내신 날 서른여덟 주기의 그날은,

서글픈 돌발사연 때문에

우여곡절의 시련을 겪고서야

비로소 오늘 임을 향해 찾아왔나이다.

해마다 6월의 녹음이 우거진

싱그러움의 자연 속에서 님을 찾았던

그 날과는 달리 오늘은

청명한 하늘에, 붉게

물들어가는 결실의 계절

완연한 가을을 맞이했나이다.

그러다보니 이 계절에

중대장님과 함께했던 그 시절

그날들이 주마등처럼 기억 속에 떠올라

눈시울을 적시나이다.

월동준비를 위해

수백 개의 넉가래와

수천 개의 싸리비를 만들어야 했던 그 시절,

그러면서도 대대 전술훈련에 임하여

M60 어깨에 둘러메고 돌격하고,

100리 행군을 하며 지친 몸 풀어질 때면

느닷없이 카랑카랑하기만한 악성을 내품으며

선두에서 지휘하던 중대장님의 용맹스럽던 모습과 음성이

저 발치에서 재현되는 듯만 합니다.

38년 전!

자기 본분을 책임감 있게 성실히 수행하고,

때로는 엄하고 자상하며,

끝내는 부하를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지신

우리들의 중대장, 정경화소령님!

오늘은 더욱 더 그리워지며,

중대장님의 국가와 민족을 위한 충성심에

더 한층 존경심이 솟고 있나이다.

비록 함께 지냈던 시간은 짧았지만

헤어져 그리워하는 시간은 어느새

38년이란 긴 세월이 흐르고 말았나이다.

언젠가 하늘 어디에서

또 다시 만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함께했던 지난날의 시간들이 너무도 그리워

혹 꿈길에서나 그 시절을 접할 수 있을까

잠을 청하며 몸부림쳐봐도

다시금 눈을 뜨면 38년이 지나버린

현실의 허무만 안겨올 뿐입니다.

중대장님!

못 다함을 남긴 채 새벽별이 되신 중대장님,

꿈꾸는 듯 잔잔한 얼굴 순결한 영혼이여!

중대장님의 넋을 우러러보며 언제나

우리는 여기 있나이다.

보고 싶은 당신의 모습,

듣고 싶은 당신의 음성

이 안타까운 마음 달랠 길 없어

이 글월을 중대장님 영전에 바칩니다.

지나버린 과거와 오늘

이 순간의 일들도 역사는 기억하며 간직할 것이고

진정!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중대장님, 정경화소령을 기억할 것입니다.

우리들의 중대장이시여 영원히 빛나소서!

2015년11월 1일

백암산가족과 이 자리를 대표하여 정문식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