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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문

국민 여러분께 올리는 호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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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님들께 올리는 호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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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백암산패밀리는 오늘 너무나 황망하여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였기에 감히 호소문을 올립니다.

저희 백암산패밀리는 35년전 DMZ에서 작전 중 부하를 대신하여 의롭게 산화하신 故 정경화 소령의 부하들로 구성된 국방부산하 비영리민간 단체입니다.

우리는 35년 전 현역 군생활 중 중대장님을 잃고 애도함에 부대원들의 성원으로 현장에 순직비를 세웠고 군문을 떠나 국립묘지에서의 추모 모임을 시작으로 추모의 글을 모아 책을 발간하였으며, 11년 뒤엔 그 부하들이 사비로 동상 건립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중대장님의 의로움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각종 언론매체의 취재를 지원하기도 하였고 또 뒤늦게 순직보고서가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진실을 밝히고자 추서진급 탄원서를 내며 고군분투하여 비록 15년 이 지난 후이기는 하지만 진실을 밝혀 중대장님의 동상 앞에서 추서진급 사실을 고하고 진급식을 갖는 영광스런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경화공원을 조성하여 해마다 추모식을 갖고 장병들을 위문하였으며 귀감이 되는 중대장 像 정립과 부하들의 존경심과 전우애를 전하고자 ‘경화상’을 제정하여 최우수 중대장을 선발, 상금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밖에도 백암산 가족들은 해마다 전국의 각 부대를 방문하여 도서와 위문품을 전하며 정경화 소령의 살신성인의 정신을 전파하는데 주력해왔으며 죽은 중대장과 살아있는 중대원의 부하 관계로 35년을 함께 한 것입니다.

그러던 중 故정경화소령 34주기 추모일이 있는 지난해의 일입니다.

故 정경화소령 추모행사준비를 하기위해 서너 달 전부터 저희 백암산패밀리 회원들은 행사 준비에 분주합니다.
해마다 해왔기에 초대장에서부터 버스 예약, 추모식장의 행사를 비롯하여 장병들을 위한 위문 행사 및 위문품 내지는 먹을 것 등을 장만하며 ‘어떻게 하면 지난해 행사보다 더 나을까’ 하는 마음으로 고심합니다. 사실 각자의 본업을 하면서 시간을 내어 열과 성의를 다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희는 지금까지 각고의 오랜 세월을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6월 초순에 부대 인사처의 높으신 분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행사준비와 계획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희는 전년도와 별로 달라질게 없을 것 같다고 했으며 행사계획을 의논하며 부대에서도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하고 분명 사전에 조율을 하였습니다.

그 후 저희는 곧바로 초대장을 제작하여 발송하였습니다. 전국에 있는 회원들은 물론이요, 앞의 호소문을 올리는 대통령님을 비롯 관계 부처장님 등 전국 유명 인사분들께 몽땅 보냈습니다. 물론 관심을 가져주느냐 않느냐의 여부에 상관없이 그렇게 해마다 보내왔습니다. 그 내용이 못된 짓 하자고 한 것도 아니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에 떳떳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것이 故정경화 소령님을 알리고 부각시키는 기회라 생각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척척 행사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행사 일주일전 부대의 인사처의 참모로부터 황당한 내용의 전화를 받아야했습니다. 그 전달사항은 전월에 새로 부임해 오신 부대의 높디높으신 분께서 행사계획을 변경하고 단절시키는 내용입니다. 그것은 추모행사 진행 중 진혼무를 빼라는 것이었고 행사 후 장병위문부분도 필요 없다고 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행사만하고 칠성전망대만 관람하고 끝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내년행사는 부대에서 주관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한마디로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습니다. 초청장 발송 및 기타 모든 준비를 다 끝내고 막바지에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접하는 순간 아찔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도저히 이해와 납득이 가질 않았습니다. 실로 오랫동안 해오던 것을 그래서 오랜 전통으로 이어 오던 것을 그리고 공들여 준비 해온 것을 한순간에 없애라는 게 말이나 되는 것입니까.

몇 년 전 3월 26일 서울광장에서 정부에서 주관하는 안중근 의사 추모100주년 추모식이 있었습니다. 그때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혼을 위무하는 진혼무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 광경이 너무나 우아하고 뜻이 깊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군다나 전방 오지에서 혼자 쓸쓸히 서 계신 정경화 소령님이 생각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추모식에 우리도 진혼무를 공연하면 좋겠구나 하는 마음에 착안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그해부터 무용가를 초청하여 두어 차례 진행을 한바 있습니다. 물론 호응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걸갑자기 빼라니 이해가 안갑니다. 더군다나 초청을 해놓았으니 입장은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제일 큰 행사인 장병위문을 빼라 하면 그동안 준비 해온 것이 뭐가 되겠습니까. 장병들에게 인기였던 어린이 특공무술단원들과 무용단 등 예능인들, 또 전국각지에서 장병들과 함께하는 것을 보람으로 찾는 이들은 뭐가 되겠습니까. 더군다나 당시 촬영진행중인 백년전우팀과 강원KBS, CTV 등이 동행취재와 촬영을 하기로 되어있었습니다. 저는 참모와 도저히 대화가 되지 않을 것 같아 최고 높은분을 뵙고 제가 직접 말씀 드리겠다고 하고 다음날 부대로 가야했습니다. 그리고 높으신 분을 만나 초청장을 보여 주며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였고 금년만 계획한대로 하자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높으신 분께서는 자리를 끝내고 싶어서인지 다시 참모들과 회의를 하여 연락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돌아오는 순간은 모든 게 허탈하고 인생의 회의를 느껴야 했습니다. 지나온 것과 지금의 현실을 비교 해볼 때 너무도 비참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며 혹 알아달라고, 돈을 벌려고 그러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오직 오랫동안 변치 않고 행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중대장님에 대한 도리이며, 의리요, 의지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왔는데 너무나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날 참모의 전달내용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애당초 얘기했던대로 그대로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울화가 치밀고 답답하여 마음 조아리고 있을 때 그때 저의 초청장을 받으신 군사령관님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기회다 싶어 일요일이지만 찾아뵙겠다고 반 떼거지를 쓰다시피 하여 군사령관님 공관을 향해 급히 차를 몰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전후사정을 말씀 드리고 지금의 처지를 판단하시어 제발 준비해온 저희 계획대로 되게 해달라고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늦게나마 귀가하였습니다.

그 다음날 행사 3일전입니다. 높으신 분의 전화를 직접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기분 좋은 목소리는 아니었습니다. 어찌되었거나 행사에 진혼무는 빼고 준비해온 장병위문은 사단 강당에서 하기로 조율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정경화소령 34주년 추모식을 할 수 있었고 그날 행사엔 군단장, 춘천보훈지청장등 많은 분들이 참석하셨습니다. 행사 진행 중에서도 자잘한 문제들이 많이 있었지만 아무튼 정경화 소령34주기 추모식은 그렇게 힘들게 끝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피로의 여독이 풀리는가 했는데 9월경 도저히 상상도 못할 울화통 터지는 전화를 부대 참모로부터 받아야 했습니다. 부대근처에 추모공원을 조성하는데 그곳으로 정경화소령 동상을 옮기자는 것이었습니다. 전 황당한 나머지 울화가 치밀어 올라 소리를 내질렀습니다. 당신들 그 동상이 어떤 연유로 해서 언제, 누가, 어떻게, 왜 그곳에 세워졌는지 내용이나 똑바로 알고나 하는 얘기냐, 도대체 어떤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냐고..... 앞으로 똑같은 소리 또 나오면 가만히 안 있겠다고 소리쳤습니다.

한마디로 어이없고 기가 막힙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냐 이겁니다. 동상이 그곳에 서 있는 취지도 모르는 인간들이 그곳에 있다는 게 한마디로 분통터지고 한심한 노릇입니다.

정경화소령 동상을 그곳에 건립하게 된 동기는 정경화 소령님이 중대장으로 생활하시던 그때 그곳 그 자리 현지에다 세워 그곳에서 생활하는 장병들과 영원히 함께 하며 또한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정경화 소령님의 살신성인정신을 전파하고 장병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 24년 전 그 당시 함께했던 부하들이 군 당국의 허가를 얻어 사비로 건립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추모일이면 그곳의 장병들이 참여하고 그리고 제대하면 다시 백암산가족이 되어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된 것입니다 .

그런데 그런 귀중한 안보현장과 역사의 현장을 더군다나 수십년 뜻을 같이하다 먼저 타계한 백암산 가족들과 형제들의 추억과 애환이 담긴 그곳을 어느 개인의 무분별한 판단으로 실행에 옮긴다는 게 말이나 되는 겁니까.
과연 남대문이나 광화문을 옮길 수 있겠습니까. 현 시국으로선 같은 맥락입니다.

그때 분명히 확실히 말해줬습니다. 현재의 공원을 사전 동의 없이 변경이나 훼손 등 어떠한 이유로든 손을 댄다면 가만히 안 있겠다고 민형사상 법적이고 뭐고 모든 것을 동원하여 끝까지 불사 할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느낀 것이지만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번 결정을 하고 정해졌으면 변치 말고 그대로 하면 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오래전 최우수중대장 선발하는 경화상을 높은 분과 제정하여 상금을 지원했는데 또 높은 분이 바뀌니까 마치 내가 만든 게 아닌데 하듯 관심조차 갖질 않으니 그것도 흐지부지 없어지더란 말입니다 그러면서 자기 나름대로 획기적인 새로운 이벤트를 하려 할까요, 옛것은 버리면서 말입니다.

행사 보름 전 육사동기분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부대에서 연락이 있냐는 것입니다. 부대에서 행사 초청장을 보낸다고 했으니 받았냐는 얘기입니다.
그쪽도 아직 안 왔다고 해서 “알겠습니다. 초청장 오면 행사일정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6월6일 현충일 모임에 회원들과 의논하여 참석할 준비를 하겠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현충일에 우리는 의논을 했습니다. 금년행사는 7사단에서 주관한고다 하니 금년에는 특별한 준비 없이 참석만 하면 된다고. 참석여부에 중점을 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하루하루가 지나자 부대에서는 연락이 없고 오히려 지방에 계시는 유가족분들과 정경화소령 고교 동창회에서 연락이오는 것이었습니다. 한결같이 왜 해마다 백암산패밀리에서 연락이왔는데 금년에는 부대에서 연락이 왔냐고 궁금해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 그때마다 대수롭게 생각 않고 금년에는 부대에서 주관한다고 설명을 해줬습니다.

그러다 하루하루가 가고 행사 5일전에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도 역시 유가족과 강릉고의 연락을 받은 것입니다. 부대에서 시간 계획과 유가족 이동수단과 강릉고 재경동창회는 서울 잠실운동장에 군버스를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어안이 벙벙하고 도저히 기가 막혀 말문이 막혔습니다. 이게 소위 요즘사람들이 말하는 왕따 당하는 것이구나 하고 새삼 실감하였습니다.

35년 그리 짧다고만은 말하지 못할 세월입니다. 하지만 이 세월을 보내며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어이없고 황당하기는 처음입니다. 이것이 현실의 군의 실상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갈 때까지 가서야 이 글을 쓰는구나 생각하니 실로 자신에게 유감스럽습니다. 하지만 생각은 깊어집니다. 국민을 위한 군대라고 말을 하는데 이것이 국민을 위한 군대입니까. 국민을 위한 군대에 하마터면 묻혀 버릴 뻔 했던 한 야전 장교의 살신성인의 정신을 그것도 당시부하들이 사비로 동상을 세우고 진실을 파헤쳐 진급시키고 살신성인정신을 전파하며 계승하려는 게 그것이 무엇이 잘못이란 말입니까. 도대체 정훈이 왜 있으며 정신 교육은 무엇을 가지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부하들이 자발적으로 세워 놓은 동상 앞에서 생명존중과 희생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며 그것도 부하들이 참여하여 역사와 오랜 전통을 이어가는 행사에 국민과 군 사병들이 참여하거나 보는 것이 바로 정훈이고 정신교육, 안보교육이 아닙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일 뿐이고 군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35년 전통을 순식간에 깨버리려 하니 말입니다.

과연 이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입니까.
상주가 부모의 제를 올리려 가는데 초청을 받아야 가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냐 이겁니다 현충일에 동작동 국립묘지에 참배하러 가는데 초청받은 사람만 출입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엄연히 이것은 높디높으신 분의 저희에 대한 분명한 무시이며 횡포라 아니 말할 수 없는 소치입니다. 저희는 이에 대응하여 끝까지 불사항전을 할 것입니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는 격려와 위로의 말을 해도 시원찮은 판에 시선을 돌려놓고 수십 년을 이어온 맥을 싹둑 잘라 끊어 버리려는 처사는 도대체 어느 나라 어느 집단일까요
도저히 묵과할 수없는 현 사태를 국민의 진의여부를 가리어 공정한 심판을 받고 싶을 따름입니다. 높디높으신 분께서는 어찌 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여기에 35년의 故정경화 소령님에 향했던 충절의 명예와 그리고 저의 목을 걸겠습니다.

오늘은 故정경화소령 35주년 추도일입니다.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오늘은 육신은 묶어둔 채 정신과 마음으로 중대장님 앞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오늘, 부하들의 힘으로, 자비로 이룩한 그곳에 갈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요.
그리고 진정 누가 주고 누가 객인가요.
부하들과 생활하다 부하를 대신하여 산화하신 어미호랑이 정경화 소령님은 진정 누구를 그리워하고 누구를 애타게 기다리고 계실까요.

새끼들을 사랑하고 포효하다 그러면서 새끼를 위해 죽어야했던 어미호랑이 정경화 소령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해마다 찾아오는 당신 새끼들을 기다리며 목메어 울고 있고
전국방방곡곡의 백암산 가족들과 새끼들은 어미의 그리움과 상봉을 차단시킨 억울함과 분통함에 울분을 터트리며 통곡으로 울부짖으며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나이다.

부디 이들을 진정 시켜주어 잔잔하게 잠들게 하여 주옵소서.

대한민국 국민여러분께 지금 저희가 처해져있는 사연을 호소하오니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두서없는 저의 장문을 읽어 주셔서 송구합니다.

2012년 6월 21일
백암산 호랑이 정경화 소령35주년 추모일에

백암산가족을 대표하여 정문식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