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장님!
30년전 오늘 아침은 무척이나 뜨거웠는데
오늘은 부슬부슬 비가 내립니다.
고요하던 산천이 진동하던 그날
계곡이 울던 소리는 멍한 메아리가 되었고,
힘없이 떨어지는 몇몇의 육신이
통곡이 되었던 날이 오늘입니다.
남들은 군대예기하면
장난기 어린 재미난 얘기들로
시간을 초월한다지만
왠지 우리들은 그날의 추억들이
슬픔과 눈물로 다가서는것은
숭고한 님의 죽음이 있었기에
값지게 남았는지 모릅니다.
부산한 움직임 속에서도
세상이 끝나감을 예견한듯
업혀있는 손을 내려놓은채
패기왕성한 목소리로 지른 외마디
"남아있는 병사들 몸을 수색하라....난 괜찮다!"
그소리 남기시고 쓰러진 중대장님
애통하던 저희들은
임종의 순간을 지켜볼수 없었습니다.
떨리고 흥분된 가슴을 진정 시키지도 못한채
그날저녁 들려온 운명의 소식은
수많은 부하들을 통곡케 하시고
떨고있는 저희들을 절망케 하셨어요.
벌써 30년 입니까?
그날을 저희는 잊지 못합니다.
형편과 처지가 힘에겨워
이 거룩한 순간에도 함께 못하는 전우들은
방방곡곡에서 그날을 생각하며
한숨을 짓기는 매 한가지 일겁니다.
30년의 세월이 언제인지
바람처럼 날려보낸 시간들이지만
중대장님 산화한 이곳에 모여
늦었지만 뵙게되니 가슴이 메입니다.
올해 쉰아홉살이 실 중대장님!
흰머리는 나셨습니까?
설마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
작은체구의 지휘봉 잡은모습
그대로 갖고 계시겠지요?
피땀흘려 지휘한 3중대가 건재함을
오늘 저희들이 확인했습니다.
용맹스런 모습으로 잘 있습니다.
희어진 머리의 우리들은
오늘 잠시 왔다가지만
늘 가슴에 묻고사는 중대장님 모습을
잊고 사는자 없을 겁니다.
혹시라도 옛전우 다시만나면
중대장님 안부 전하겠습니다.
늙지않은 모습으로 잘 계시다고요...
2007. 6. 21.
전순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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